"추석 선물 좀 보내지 마세요"

"선물 좀 보내지 마세요~"

대기업 직원들의 하소연이다. 협력업체들이 추석 명절에 보내오는 '마음의 표현'을 정중히 거절해야 하는 일이 곤혹스럽다.


대기업들은 5~6년 전부터 추석 선물 안받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윤리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 추석은 분위기가 더욱 흉흉(?)하다.

삼성전자는 2001년부터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윤리강령을 선포했다. 사내 직원들에 적용되는 윤리규정도 만들어 졌다. 거래업체로부터 선물 등을 받았을 경우 정중히 거절하고 부득이 받은 경우는 즉시 되돌려 줘야 한다. 부패,변질 등으로 되돌려 줄 수 없는 경우 부서장에게 보고하며 거래업체에 회사방침을 설명하는 게 원칙이다.

혹시라도 이같은 규정을 어기면 인사 조치 대상이 된다. 사이버감사팀을 운영해 윤리규정을 어기는 직원이 있는지 조사도 벌인다.


6년여가 지나면서 추석선물 안받기 운동은 정착되고 있다. 이제는 선물이 들어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LG전자 임직원들은 거래업체로부터 소액의 식사 대접을 받는 정도만 허용된다. 추석선물은 모두 돌려줘야 하고, 본인이 모르는 상태에서 집으로 배송될 경우 반송을 하도록 하고 있다.

추석이라서 특별히 선물을 안받는게 아니라 1년 365일 항상 지켜야 하는 윤리규정이다.

협력업체 많기로는 자동차회사 만한 곳이 없다. 조금이라도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현대차를 찾는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많다. 그러나 현대차의 엄격하긴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는 2003년 1월 윤리경영·투명경영을 선언하면서 명절 선물 안받기 운동을 하고 있다. 협력업체의 부품 납품등은 공개 입찰과 전자 입찰제로 '떡값'이 끼여들 여지가 없다.

윤리경영 선포 이후 매년 설과 추석에는 2500여개 협력업체에 명절 선물을 보내지 말라는 공문을 일괄 발송하고 있다. 선물이 들어오면 반송하고, 발송지가 명확하지 않은 선물은 신고센터로 접수해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2005년부터 거의 선물이 들어오지 않고 있어 윤리 경영이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며 "1년에 2~3건 정도의 선물이 신고센터에 접수되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2003년부터 명절마다 선물반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먼저 협력업체 등에 선물을 일체 받지 않는다고 공지를 하고, 그래도 들어오는 선물은 센터를 통해 반송한다. 간혹 집으로 배달되는 큰 부피의 선물은 선물반송센터에서 직접 수거해 가기도 한다.

선물반송센터에 접수된 물품들은 '죄송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란 메시지와 함께 발송지로 되돌려 보내고, 반송하지 못하는 것들은 사회시설에 기탁하고 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총360건정도의 선물이 선물반송센터를 거쳐 반송되거나 자선단체에 넘겨졌다.

발송지도 불분명하고 주류 등 사회시설에 기탁하기도 애매한 물품들은 사내 경매를 통해 직원들에게 판다. 물론 수익금은 사회복지기금으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