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택소노미서 원전·가스발전 빠지나···韓 에너지업계 '촉각'

(브뤼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3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는 EU 특별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서 연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90%까지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C) AFP=뉴스1

유럽의회 상임위 중 두 위원회가 천연가스발전과 원자력발전을 EU(유럽연합)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는 계획을 저지했다. 택소노미에서 가스발전과 원전이 빠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가스발전업계와 원전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의회 상임위인 경제통화위원회와 환경보건식품안전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가스발전과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는 계획을 저지하는 결의안을 추진했다. 가스발전과 원전을 지속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의안은 유럽의회 상임위에서 찬성 76표, 반대 62표로 통과됐다. 유럽의회는 다음 달 초에 가스발전과 원전의 택소노미 포함 여부에 대해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택소노미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을 정의하고, 친환경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산업을 분류하는 체계다.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분류되면 1조 유로 규모의 그린딜 예산을 쓸 수 있다. 택소노미에 포함되는 에너지원은 녹색채권도 발행할 수 있어 자금 조달이 쉬워진다. EU는 지난 2월 천연가스와 원전에 대한 투자를 택소노미로 분류하기로 확정했다.

로이터통신은 유럽의회 의원 중 적어도 절반이 가스발전과 원전을 반대할 것으로 보고있다.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천연가스를 계속 사용하면 러시아 의존도를 줄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유럽 국가들은 더 오염이 심한 석탄을 대체하기 위해 가스발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프랑스를 제외한 서유럽 국가와 남유럽은 대체로 반대하고 있다. 특히 탈원전을 내세우는 독일은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우려를 보이며 원전을 보이콧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업계는 유럽의회의 이 같은 분위기를 환영하지만, 원전업계에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관계자는 "상임위 자체가 EU의회의 축소판과 같기 때문에 원전과 천연가스발전이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며 "원전과 천연가스발전량이 재생에너지로 대체되는 만큼 업계가 활력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업계에선 "EU 택소노미에서 원전이 제외되면 유럽 현지 사업 기회가 막힐 수 있다"면서도 "미국은 원전을 확실히 확대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전 세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모니터링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유럽도 석탄발전과 원전을 늘리겠다고 발표하는 국가들이 많아지고 있고, 가스발전이 브릿지에너지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중단하면 정전이 될 수 있다"며 "EU에서 택소노미에서 빼더라도 유예기간을 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U 택소노미에서 가스발전과 원전이 빠지더라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인 'K택소노미'에 영향은 적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발표된 K-택소노미엔 천연가스발전이 포함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원전까지 K-택소노미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 교수는 "정부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가는 브릿지에너지원으로 천연가스발전을 강조하고 있고, 한국도 천연가스발전을 하지 않으면 전력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원전 같은 경우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EU 흐름과 무관하게 원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한국이 원전을 K택소노미에 넣는 근거 중 하나가 EU 택소노미에 포함된 것"이라며 "EU 택소노미에서 원전이 빠질 경우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키는 걸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질 순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