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인수에 진심인 '롯데' ... 이베이 인사 영입은 포석?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3위인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G9)의 인수전에 유통과 IT 대기업들이 대거 뛰어들었다. 예비입찰에는 롯데와 신세계 이마트, SK텔레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매수 대상의 경영 지표를 들여다보는 단계로 별도의 구속력이 없는 예비입찰 단계이기 때문에 본입찰 참여 여부는 미지수다. 본입찰은 오는 5~6월쯤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이베이코리아 본사의 모습. 2021.3.17/뉴스1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진행 중인 가운데 롯데가 이베이코리아의 핵심 임원을 롯데온 수장으로 영입했다. 롯데가 롯데온 재정비를 넘어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까지를 고려한 영입 인사를 실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롯데온 사업부장에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본부장을 내정해 다음주쯤 인사를 낼 예정이다. 지난달 25일 조영제 전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이 사퇴한 지 한 달 만이다.


업계에선 이번 인사를 두고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가 지난 23일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 의지를 드러낸 바 있는데 이번 인사도 그런 행보 중 하나란 얘기다.

나 신임 대표는 1996년 롯데에 입사해 LG텔레콤을 거쳐 2007년부터 이베이코리아에서 근무해왔다. 롯데와 이베이코리아를 모두 경험, 양사의 내부 분위기에 모두 능통한 인물이다. 이베이코리아 본부장으로서 이베이코리아 내부 사정에 정통하기 때문에 인수전에서도 일정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나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끝난 뒤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할 수 있는 인물이다. 만약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면 대규모 유통업체 간의 통합이란 점에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양사 내부 사정에 능통한 나 대표는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통합작업을 이끌 최상의 카드라는 평가다. 롯데온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하루빨리 실적을 올려야 하는 롯데 입장에서는 나 대표 같은 인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셈이다.


나 대표가 e커머스 전문가라는 점도 이번 영입에 주요한 요소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주요 사업 중 하나인 '스마일페이'를 총괄해온 인물이다. 스마일페이는 e커머스 업계 최초로 시작한 간편결제 시스템인데 7년 만에 누적 가입자수 1500만을 돌파할 만큼 성장하고 있다. 나 대표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롯데온에서도 혁신적인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통적인 e커머스 강자인 이베이코리아가 쌓아온 운영 노하우를 롯데온에 접목시킬 수 있는 적임자이기도 하다.

사실 롯데로서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롯데온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적자기업이라고 저격했던 쿠팡마저 승승장구하며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롯데온의 월간 사용자 수는 쿠팡의 5%에 불과한 초라한 성적을 내고 있다. 5조원이라는 인수액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e커머스에서 이베이코리아가 가진 영향력을 토대로 롯데온이 새로운 도약을 하는 게 더 긍정적인 방향일 수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직원인 나 대표를 영입함으로써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 의지가 없다고 하더라도 나 대표가 이베이코리아에서 쌓은 인사이트를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된 영업 부진으로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롯데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인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