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영끌 신용대출' 금지… "그래도 집값 못잡고, 중산층만 잡아"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 김창현 기자

"집값은 더 오를 거고 사회적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입니다."

정부가 주택 구입 시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금지해 '영끌'(영혼까지 끌어쓴다는 뜻) 주택 구입에 제동을 걸었다. 시장에서는 수요 위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집값 상승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전망이 나온다.

1억원 초과 신용대출해 집 못 사… "주택투자 수요 줄지만 집값은 오를 것"

16일 정부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1억원을 초과해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이 1년 내 규제지역 내 주택을 구입했을 때 해당 대출이 회수된다. 연봉 8000만원 이상인 사람이 신용대출을 1억원 이상 받을 경우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은행권 40%, 비은행권 60%)가 적용돼 추가 대출이 어려워진다. 과도한 신용대출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이지만 주택시장에 돈이 몰리는 것을 막는 사실상 '부동산 대책'이다.

전문가들은 신용대출을 활용한 영끌 주택 투자의 위축이 불가피하지만 중저가 주택 위주의 가격 상승 흐름이 바뀌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집값이 너무 올라 신용대출을 하지 않으면 주택 구입이 어렵기 때문에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에는 일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건설투자가 확대되고 3기 신도시 등을 통한 주택 공급의 단기 실현이 어려운 데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으로 군중심리가 쏠려 있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저가 주택 가격 상승세가 10억~15억 집까지 올릴 것… 신용대출 규제로 전셋값 더 오를수도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 김창현 기자

중저가 주택 및 경기도 비규제지역 등의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점도 한 요인이다.

이춘란 리얼리치에셋 대표는 "신용대출 규제가 강화됐지만 시장에서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며 "요즘 중저가 주택 가격이 심상치 않게 오르고 있고, 김포 등에서 주택을 매도한 사람들이 서울로 들어오고 있어 그간 상대적으로 움직이지 않던 10억~15억원대 주택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택 가격 상승 원인이 대출이 아니기 때문에 주택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신용대출 규제가 추가적으로 전세 수요 증가로 이어져 전세가율을 올리고 갭투자로 주택을 매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내집마련 사다리 끊겨 중산층 몰락, 양극화 우려

신용대출 규제로 사다리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집값은 계속 오르는 반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엔 주택 구입이 어려워 자산 격차가 커지고 중산층이 몰락하고 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