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품 띄우려면 경쟁자를 고발하라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생활용품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일명 '불만제로 마케팅'이 회자되고 있다.

MBC '불만제로' 등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역으로 이용하면 기회가 된다는 것. 예를 들어, 플라스틱 용기가 환경호르몬이 배출된다고 보도된 후 유리로 된 반찬용기 업계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매출 확대에 나서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제3자 입장에서 분석하고, 제품의 허와 실을 짚어주지만 도마 위에 오르는 기업에게는 큰 부담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보도해도 결과적으로 특정 업체에겐 실(失)이 되고, 다른 업체에겐 득(得)이 된다"며 "경쟁사에 대한 부정적 보도 이후 반사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 불만제로 마케팅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일반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제품 재고를 잘 조절하고 이런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수익을 낼 아이템으로 교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쟁사를 죽이기 위해 TV 보도 내용을 오도해 허위광고를 하거나 악의적 제보를 하는 사례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최근 한 전기장판업체는 일간지에 자사 신제품 광고를 내면서 'MBC 불만제로가 밝혀준 유일한 양심업체'라는 문구와 함께, '불만제로' TV프로그램의 로고까지 실었다.

하지만 이 TV 프로그램 방송에는 일부 열선 방식 전기매트의 문제점만 지적됐을 뿐 신문광고를 한 특정업체를 양심업체라고 밝히지는 않았다. 기존 전기장판과 달리 소음, 전자파 걱정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일부 제조업체에서는 지상파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 제보해 경쟁사에 타격을 가하는 게 제품 개발과 영업에 매달리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는 자조 섞인 말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도를 가진 제보 공세에 걸려들면 해당 기업은 뻔히 보이는 경쟁사의 계략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