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변동보험 손실 연말까지 1.5조원"

이 기사는 12월07일(16:3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환변동보험에 가입한 기업 가운데 약 30%가 오버헤지를 했고 올 연말까지 총 손실액이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부 기업들은 사실상 환투기 수단으로 환변동보험을 활용했다가 큰 손해를 봤다. 그로 인한 막대한 환수금은 외국 금융회사들이 차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8일 ‘환변동보험의 虛와 實’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환변동보험 등 각종 파생상품과 관련한 손실은 기업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환헤지의 당사자인 기업은 환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엄격한 환관리 원칙을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변동보험은 올해 8월말 기준으로 약 1100여개의 국내업체가 가입한 것으로 추산되고, 현재와 같이 고환율이 유지될 경우 연말까지 총 손실액이 1조5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출보험공사에 따르면 2008년에 이르러 환변동보험 환수금(기업입장에서는 손실액)이 급증해 올해 9월까지의 환수금이 6449억원(중소기업이 80~9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유지할 경우 올해 4분기에만 약 6000억원의 환수금이 추가로 발생하고, 환율이 100원 추가 상승하면 약 2000억원의 환수금이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환수금이 급증하면서 1~8월간 약 20% 이상의 기업들이 제때 환수금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환율이 1400~1500원을 기록하고 있어 손실규모가 늘어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상적인 환헤지가 목적인 경우 일반적으로 예상 외화 매출액의 50~70%만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원칙이다. 100% 이상 과도하게 헤지를 했다면 사실상 투기 의도가 있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환변동보험 가입기업의 약 30%가 오버헤지(헤지비율 100%)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례로 또 다른 파생상품인 키코의 가장 큰 피해기업으로 알려진 태산LCD는 올해 3분기까지 20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키코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피봇에 추가로 가입했다가 엄청난 누적 손실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회사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현재 채권단 공동관리 상태에 있지만 누적 손실액이 6000억원을 상회하는 등 손실규모가 워낙 막대해 정상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신평은 사후관리를 하지 않은 정부를 비판하는 지적에 대해 "수출기업들이 자신의 적정 수출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보험으로 가입(오버헤지)한 것이 환위험 손실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김태형 한신평 평가1실 연구위원은 “환위험관리의 기본원칙은 환율변동으로부터 기업의 손익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도록 해 향후 불확실한 환율변동 상황에서 손실규모를 줄이려는 노력이지 헤지를 통해 차익을 얻으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환헤지는 환위험관리의 목적에 부합되는 기본적인 상품을 통해 이뤄져야 하며, 또 다른 위험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는 옵션형태의 상품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환헤지의 당사자인 기업이 먼저 환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엄격한 환관리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고 김 위원은 강조했다.

이번 환변동보험 사태에서 막대한 환수금이 대부분 외국계 은행으로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보험공사가 환변동보험 운용을 위해 거래하는 금융기관을 분석한 결과 거래금액은 씨티, 칼리온, ING,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금융회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은 “IMF 금융위기 이후 자유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하면서 국내 외환시장이 외국자본과 외국 금융기관에 의해 쉽게 휘둘릴 수 있는 취약한 구조가 됐다”며 “환율예측과 리스크 관리의 측면에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