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리스크자산 회피 성향 강화될 것

이 기사는 12월08일(08:3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유동성(현금흐름) 위기에 내몰렸던 건설업계가 또 다시 ‘옥석가리기’ 논란에 휩싸였다. 건설사들의 유례없는 무더기 신용등급 하향으로 리스크(위험) 자산에 대한 회피 성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업평가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위험과 악화된 부동산 경기를 이유로 24개 건설사의 신용등급을 하향하거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금융권 자금운용 담당자들은 ‘올 것이 왔구나’라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보수적인 자금 운용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은행 자금팀 한 관계자는 “최근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면서 건설사와 여전사 등 리스크 자산에 대한 회피성향이 강화될 것"이라며 "특히 정부 보전 형태로 기업의 신용 리스크를 줄이려는 여러 가지 노력이 단행되고 있지만 쉽사리 해결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사들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거래가 사실상 중단된 지 오래기 때문에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조기에 단행돼야 시장이 안정화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중론이다.


이미 투기등급으로 인식됐던 BBB-급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하향은 '새로울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정상적인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기업들에 대한 ‘확인 사살’ 정도의 의미인 것이다.

BBB-에서 BB+로 강등된 기업은 동문건설, 동일토건, 동일하이빌, 우림건설, 월드건설 등이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조기상환 청구 우려와 관련, 기존 BBB급 기업의 경우 자금조달 규모가 작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ABCP 트리거(조기상환 요청) 같은 경우 대개 두 노치(notch) 정도 떨어지면 발생하는데 이번에 이뤄진 등급 조정은 한 노치 수준에서 이뤄져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하향은 건설업계에 주는 상징성이 크다고 지적됐다. AA-에서 A로 장기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은 대림산업, GS건설이다.

다른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건설업계에 대한 정부와 시장의 우려가 이번 신용등급 조정에 전부 반영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아직 바닥은 아니다'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언급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등급 조정이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투기 등급으로 떨어진 기업의 경우 구조조정이나 자구노력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주(12.08~12.12) 초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신용평가와 한신정평가의 건설업종에 대한 정기·수시평가 결과도 주목된다.

신용평가 관계자는 "한기평과 비슷한 수준에서 나머지 두 개 신평사의 등급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들어 건설업계 전반에 걸쳐 운전자본부담이 확대됐다"며 "재무 레버리지 역시 급격하게 높아진 점이 건설사 무더기 신용등급 하향의 주된 원인"이라고 꼽았다.

이창근 현대증권 산업분석부장은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하향이 대주단 협약 진행상황과 맞물려 건설업계 구조조정의 촉진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