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올 1~9월 환차손 10조 넘어

원/달러, 원/엔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30대 그룹 계열 상장사들을 기준으로 한 환차손(이하 미실현 환차손 포함) 규모가 올 들어 9월까지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30일 재계 전문 사이트인 재벌닷컴이 자산총액 기준 30대 그룹 계열 164개 상장사(금융회사 제외)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기록한 환차손은 총 10조706억원에 달했다. 그룹당 평균 3300억원이 넘는 환율 손실을 입은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30대그룹은 총 1235억원의 환차익을 올렸었다.

올해 환차손 가운데 외화 자산과 부채를 처분한 데 따른 실현 환차손은 작년 495억원에서 올해 1조5098억원으로 손실액이 30배 규모로 증가했다.

외화 자산 및 부채를 보유함에 따라 입는 미실현 환차손익(외화환산평가손익)도 지난해 1~9월 1730억원의 환차익을 올렸으나, 올해는 8조5608억원의 대규모 환차손으로 반전됐다.


재벌닷컴 관계자는 "이는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달러, 엔화 등으로 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부채 부담이 급증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3분기 말 환율이 달러당 1207원, 100엔당 1137원이던 것이 최근 달러당 1400~1500원, 100엔당 1500~1600원을 오르내리고 있어 이 같은 고환율이 계속될 경우 다음 결산 때는 손실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룹별로는 지난해 931억원의 환차익을 냈던 한진 (20,300원 ▼600 -2.87%)그룹이 올들어 1조7151억원의 환차손을 입어 30대 그룹 중 환율로 인한 손실액이 가장 컸다.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5,570원 0.00%)이 항공기, 선박을 구매하거나 빌릴 때 대규모 외화부채를 활용하는데 따른 것으로 두 계열사의 환차손은 각각 1조2779억원, 4365억원에 달했다.

GS (43,750원 ▼1,150 -2.56%)그룹은 상장사의 환차손은 크지 않았지만 비상장사인 GS칼텍스를 포함할 경우 환차손이 1조4465억원에 달했다. GS칼텍스의 원유 구매에는 대규모 외화 차입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LG그룹은 LG전자 (97,900원 ▼900 -0.91%)가 15억 달러에 달하는 순외화부채를 보유한 영향 등으로 한진, GS에 이어 30대 그룹 중 3번째로 많은 9208억원의 환차손을 입었다.

이 밖에 정유업체인 SK에너지 (107,700원 ▼2,000 -1.82%)를 계열사로 거느린 SK (207,000원 ▼12,000 -5.5%)그룹도 환차손 규모가 9082억원에 달했고, 현대그룹도 해운업체인 현대상선 (16,180원 ▼340 -2.06%)을 중심으로 6289억원에 달하는 환차손을 기록했다.

재벌닷컴 관계자는 "원유, 철강, 해운, 항공 등 원자재 수입이 필요하거나 외화부채가 많은 대기업들이 환율 폭등의 직격탄을 맞았다"며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할 경우 이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으므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