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채권금리는 급등.."인하폭 실망"

이 기사는 11월07일(15:4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은행이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유동성을 지원해 시장금리를 떨어뜨리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은행채 금리 하락이 가속화됐다. 채권투자자들은 국채보다는 은행채 투자에 열을 올렸다.


반면 50bp 금리인하 기대가 반영되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던 국고채 지표물 금리는 급등했고 국채선물 가격도 50틱 이상 하락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폭은 0.25%포인트로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금리인하 기조는 재확인됐다.

7일 3년만기 국채선물 12월물은 한은이 50bp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세우며 전일대비 31틱 오른 109.70으로 거래를 시작해 109.81까지 상승했다.

영국이 사상 최대 폭인 150bp 금리인하에 나섰고, 유럽중앙은행은 50bp를 내렸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전폭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해 한은도 50bp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근거였다.


그러나 한은은 25bp만 인하하며 시장의 기대와는 다른 선택을 했다. 채권금리는 오름세로 돌아섰고, 국채선물 가격은 하락 전환했다. 오후 들어 국채선물 가격은 낙폭을 넓히며 109.00선이 무너졌고, 전날보다 0.58% 하락한 108.84로 거래를 마쳤다. 하루 국채선물 변동폭만 100틱이 넘었다.

장외시장에서 3년만기 국고채 8-3호는 18bp 상승한 4.73%, 5년만기 채권은 19bp 오른 4.94%를 기록했고 10년물과 10년물 국고채도 각각 7bp, 8bp 올랐다.

유재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25bp 정도의 기준금리 인하는 50bp의 기대를 반정도만 충족시켜줬고, 직전 75bp 인하의 3분의 1에 불과해 금융시장은 실망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총 누적 125bp의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된 현재, 이번 금리인하가 마지막일 수 있다는 불안 심리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유 애널리스트는 이어 "환율 하락, 한은의 은행채 RP매입 개시, 외국인 현·선물 매수 등으로 국채금리가 하락할 요인이 많았지만 기준금리 인하폭이 결국 국고채 금리 상승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국채금리가 급등한 데는 한은의 유동성 지원 효과에 따른 수혜가 은행채와 공사채 등 크레딧 채권에 집중되는 데 따른 투자심리의 이전도 한 이유로 작용했다. 은행채 투자심리가 살아난 가운데 이날 은행채 발행금리는 전일대비 최대 44bp 떨어진 수준에서 발행됐다.

한은의 75bp 금리인하에도 꿈쩍 않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23bp나 하락했다. 국고채 중심에서 크레딧 중심으로 채권투자 심리가 이동한 것이다. 한은 총재도 돈맥이 막한 곳에는 유동성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성태 총재는 "지금 보면 어딘가에 조금씩 막힌 부분이 있고, 막힌 부분 때문에 금리가 못 내려가는 부분에는 한은이 나서서 단기 유동성을 공급해, 금리인하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돈을 풀어서라도 은행채와 회사채, 기업어음(CP), CD 금리를 잡겠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채권딜러는 "한은이 채권투자 심리를 은행채 매수로 쪽으로 이동시켜놨다"며 "추가 금리인하 기대도 있지만 크레딧 채권에 대한 투자에 나설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한은은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앞으로 중장기적 물가안정 범위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수부진, 금융시장 불안 등을 고려해 우리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할 방침"이라고 말해 사실상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최석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현 경기 상황은 경제 전반의 구조조정을 수반해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이 필요한 때"라며 "한은이 내년 중반까지 기준금리를 3%로 인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