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잠자는 고객을 깨워라"

신용카드사들의 마케팅 전략이 '경기침체형'으로 변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신규 회원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카드사들이 미국발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면서 휴면회원 깨우기에 본격 나서고 있다.

휴면회원은 이미 카드 이용실적과 연체정보 등을 갖고 있어 신규 회원에 비해 리스크 관리가 용이하다. 특히 마케팅을 통해 유실적 회원으로 전환이 힘든 회원은 이번 기회에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미사용 카드 한도에 대해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휴면회원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휴면카드 고객 가운데 우량 고객을 상대로 서비스가 향상된 카드로 갈아타기를 권유하고 있다. 새로운 카드에 가입할 경우 첫회 연회비를 면제해 줄 뿐 아니라 연간 300만원 이상을 사용할 경우 다음해 연회비도 면제해 주고 있다.

아울러 파격적인 혜택까지 덧붙였다. 이달 말까지 ARS로 응모한 후 카드 결제액이 100만원이 넘으면 2만원을 캐시백 해주고, 이마트에서 5만원이상 구매하면 5000원을 할인해 준다. 10%의 높은 할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신한카드는 '아침애(愛)카드'와 '레이디카드'의 혜택을 대폭 향상시켰다. '아침애카드'의 경우 할인점, 편의점, 영화관 외에 4대 백화점에서도 새롭게 5% 할인해준다. 에쓰오일에서도 리터당 최고 80포인트를 적립해주고 할인되는 커피 전문점 범위도 넓혔다.


지난달엔 '레이디카드'를 업그레이드 하면서 백화점과 할인점에서 3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에다 5% 할인을 추가했다. 패밀리 레스토랑과 커피 전문점 이용시 20% 할인 혜택도 제공된다. 주유, 통신, 문화 부문에서도 혜택을 넓혔다.

카드사들이 이같이 기존 고객 '모시기'에 나선 것은 하반기 연체율 관리와 무관치 않다. 기존 고객의 경우 신규 회원과 달리 연체율, 카드 사용액 등 고객 정보가 풍부해 정확한 신용도 파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카드 연체율은 지난 3월말 현재 3.52%로 지난해말(3.79%)보다 0.27%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하반기 경기 부진으로 소득이 제자리인데다 물가와 금리마저 오르고 있어 카드 연체율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쉬운 기존 고객을 활용하려는 마케팅도 강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레드오션'에 가까운 신규회원 모집보다는 기존 우량 고객을 활성화하는 편이 비용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카드사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카드 모집인을 통해 신규 회원을 모집할 경우 1인당 5~7만원의 비용이 든다. 휴면 카드를 활성화하고, 기존 카드 사용액을 늘린다면 이러한 비용이 대폭 절감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