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자산 확대 전쟁' 휴전 모드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은행권의 자산확대 경쟁이 올해는 진정될까. 영토확장 전쟁의 야전사령관인 은행장들이 일제히 "사격 중지"를 외쳤다. 경기상황이 악화되면서 은행들이 외형 확장보다는 수익성 확보 등 '내실 다지기'로 타깃을 옮기고 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지난 25일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 및 상반기 종합업적 평가대회'에서 자산경쟁 종식을 선언했다.

신 행장은 "하반기에는 고유가 및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가 국내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내실경영을 통해 적정 수준으로 자산규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차별적 고객확보를 통한 자산확대 전략은 쓰지 않겠다는 것.

그는 직원들에게도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반 위험요소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인력과 경비 등 한정된 경영자원을 좀더 효율적으로 활용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도 같은 날 "전쟁 중지"를 외쳤다. 이 행장은 이날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경제 주요 변수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은행 성장뿐 아니라 건전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 하반기에는 수익성과 건전성을 고려한 균형성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두 은행은 지난해 벌어진 '자산전쟁'에서 가장 치열하게 교전한 당사자다. 실제 2007년 한해 동안 국내 '빅4'(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총자산 증가액을 보면 우리은행이 32조원, 신한은행은 31조원이 늘어 국민(21조원)이나 하나(5조원)은행을 압도했다.

치열했던 만큼 전쟁의 후유증도 크다. 자산확대 경쟁은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을 뚝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국민은행의 NIM은 2005년 3.92%에서 지난 3월말 3.08%까지 떨어졌다. 우리은행도 2.97%에서 2.39%로, 신한은행 역시 2.41%에서 2.18%(신용카드부문 제외)까지 각각 떨어졌다. 하나은행은 2.42%에서 2.27%로 내려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인하를 통한 자산확대는 결국 제살을 깎아먹는 셈이어서 올해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과열경쟁이 재연된다면 공멸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