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채권매도, 방아쇠를 당기나

이 기사는 07월22일(15:0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외국인의 채권 매도가 심상치 않다. 채권을 지속적으로 매수하면서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간간히 팔던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최근 외국인은 5000억 원이 넘는 채권을 하루 만에 팔아치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주일 연속 채권을 매도하면서 시장을 불안하게도 만들고 있다.


오는 9월 외국인이 보유한 대규모채권 만기를 앞두고 이런 채권시장의 불안은 국내 금융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채권을 판돈을 환전해 달러로 바꿔 가면 가뜩이나 부족한 달러 유동성이 심각하게 경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채권매도가 국내 금융위기의 방아쇠를 당길지 주목받는 이유다.

외인, 7월들어 1.76조채권 매도...2년 4개월만에 처음

외국인은 지난 2일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채권을 매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7월 들어 12영업일 동안 1조7589억 원의 채권을 팔아치웠다. 지난 2006년 3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외국인이 파는 채권은 만기가 6개월에서 1년 이내의 국고채권으로 알려졌다. 재정거래나 본드스왑스프레드 거래에 나섰던 채권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 동안 외국인은 해외에서 단기 달러자금을 빌려 원화로 환전한 뒤 국내 채권에 투자해 금리 차익을 거두는 무위험 재정거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1년 이내 국고채나 통안증권이 대상이었다. 이자율스왑(IRS)과 통화스왑(CRS)의 금리차이인 1년 만기 스왑베이시스 역전폭이 -375bp 가량 벌어지면서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할 경우 1~2%의 수익을 보장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7월 들어 이런 외국인의 채권 거래가 바뀌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스왑베이시스가 줄어들자 외국인이 지금까지 재정거래를 위해 사기만 했던 채권을 팔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정부가 원화가치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1년 스왑베이시스 역전폭은 한 때 -166bp 까지 줄었다. 지난해 말과 올 초 재정거래에 나섰다면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채권을 팔더라도 꽤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국내 금융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이 진데다가 금리인상까지 가시화한 것 역시 외인의 채권 매도를 부채질 한 것으로 파악된다.

달러 유동성 경색 현실화될까..."달러 공급 늘 것"

문제는 올 9월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 만기가 8조6000억원으로 사상최대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같이 채권을 팔고 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만기채권의 만기연장(Roll over ; 롤오버)을 장담하지 못해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이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뜩이나 부족한 달러가 일시적으로 더 부족해져 국내 채권 및 외환시장은 대혼란의 빠질 수 있다. 기업과 은행의 자금 조달이 급박해져 자칫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외국인 채권 만기집중에 대한 우려가 지나친 기우라고 일축하고 있다.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의 만기가 집중돼 국내 채권 발행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달러 경색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외국인의 거래 형태로 봐서 국내 다른 차익거래를 찾아 자금을 이동시킬 가능성이 높은데다가 최근 외화유동성 마저 숨통이 트였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정부는 외국계 은행의 손비인정비율을 3배에서 6배로 확대했으며 공기업의 해외채권 발행도 허용했다.

외국계 은행 채권 매니저는 "외국인의 채권 만기는 금리를 상승시킬 요인이긴 하나 금융시장의 임팩트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환율 개입에 나서면서 원화자금이 흡수돼 통안증권 발행이 줄어들 수 있고 달러도 해외에서 더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