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예금금리 인상 '기지개'

시중금리 상승으로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무리한 자금 ‘땡기기’로 은행간 자산 확대 경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정기예금 영업점장 전결금리를 0.2%포인트 인상키로 했다. 가입금액 1000만 원 이상인 고단위 플러스 정기예금과 100만 원 이상인 '부자되는 정기예금'은 1년 이상 금리가 연 5.7%에서 연 5.9%로 각 0.2%포인트 인상됐다.


또 500만 원 이상 '하나여우예금' 금리도 1년 만기의 경우 연 5.3~6.1%에서 연 5.5~6.3%로 0.2%포인트 높아졌다. 하나은행측은 “시중금리 상승을 반영하고 수신의 저변확대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예금금리 인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인상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시장에 금리 인상 요인은 충분히 무르익었다는 판단이지만 일단 다음 달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지켜 본 후 인상 시점을 찍겠다는 방침이다.

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 인상 요인은 충분하며 시장 금리 상승분을 반영해 (예금금리를)조정해야겠다는 판단”이라며 “그러나 내달 금통위가 기준금리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봐야 하기 때문에 조정 시점은 금통위 이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를 올린 것은 아니지만 시중금리와 자동 연동된 특판 상품의 경우 금리가 자동으로 오르고 있다. 외환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마이파트너 예금은 이날 현재 연 6.57%로 출시 초(6.5%)보다 0.07%포인트가 올랐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아직까지 금리인상 계획은 없지만 금통위 회의와 시중금리 동향을 지켜보고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시중금리 연동 특판예금이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 계획은 없다”면서“그러나 금통위가 금리를 올릴 경우 은행도 예금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이 은행권의 자산 확대 경쟁을 다시 촉발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은행권은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더 높은 금리로 다른 은행 고객을 빼앗아 오는 ‘제살 깎아 먹기식’자산 확대 경쟁을 벌이면서 순이자 마진(NIM)이 급속히 악화되는 등 적잖은 후유증을 겪은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시동을 거는 것은 외형을 확장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금리 인상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출 쪽에도 염두를 두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자칫 은행권의 외형 확대 경쟁이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