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489조…부실 우려 커진다

가계대출이 꾸준히 늘고 있으나 최근 실질소득 감소와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부실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1일 내놓은 ‘2008년 5월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489조6243억 원으로 월 중 4조3177억 원(0.9%)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8.7% 늘어난 것이다. 가계대출 잔액은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난 2003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3월 말 480조4182억 원에서 4월 485조3066억 원 등으로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28조1548억 원으로 월 중 1조5179억 원이 늘었다. 지난 4월 중 증가액(2조3393억 원)보다 그 폭이 둔화됐지만 대출 잔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지난 4월 중도금 및 잔금 수요 등이 몰리면서 비정상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늘었으나 5월에는 이같은 요인이 감소하면서 증가폭도 둔화된 것으로 풀이했다. 6월에도 5월과 비슷한 수준의 증가세가 이어진 것으로 예상됐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373조8545억 원으로 월 중 2조7635억 원이 늘어 전년동기대비 6.8% 증가했다.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은 115조7698억 원으로 월 중 1조5542억 원이 늘었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가계대출 잔액이 266조4922억 원으로 2조3222억 원이 증가했다. 비 수도권의 경우 107조3623억 원으로 월 중 4412억 원이 증가했지만 4월(8294억 원)에 비해서는 증가폭이 다소 축소됐다. 울산과 경북, 전남 지역에서 대출이 늘어난 반면 4월에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던 부산을 비롯, 대구와 강원지역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고유가와 물가상승으로 인해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반면 대출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 가계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대출금리가 계속 올라 적자 가구 비중이 31.8%로 지난 해에 비해 4.0%포인트가 상승하는 등 빚에 허덕이는 가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9%대를 넘어섰다.

특히 정부가 가스 및 전기요금의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물가상승과 실질소득 감소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하반기 물가 성장률을 5.2%로 전망했지만 가스 및 전기료 인상이 더해지면 이를 상회할 수 밖에 없어 물가압력도 커질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6월에도 가계대출 잔액 증가세는 5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며 “소득은 늘지 않고 임금은 동결되는 상황에서 가계대출만 늘어나는 현상은 가계대출 부실 우려를 더욱 부채질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