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도 서울 분양시장에서 고전

GS건설 (15,650원 ▲80 +0.51%) '자이(Xi)'가 최근 선보인 단지들마다 잇따라 흥행에 실패했다. 특히 해당 신규 사업지 모두가 수요층이 두터운 서울이란 점에서 상대적으로 충격이 더 크다.

10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합정 균촉지구에서 분양한 주상복합아파트 '서교자이'의 경우 지난 9일 3순위 청약접수를 모두 마친 결과 총 538가구 모집에 327건이 신청, 경쟁률이 0.6대 1에 그쳤다. 이 단지는 1순위에서도 단 23건 만이 신청하는데 불과했다.


분양가만 30억원을 넘는 펜트하우스를 제외하곤 나머지 주택형 모두 미달됐다. 당초 GS건설이 '서울 서북부의 랜드마크'라 자신했던 단지였지만, "지나치게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앞서 지난달 말 일반분양한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역시 계약 과정에서 수모를 겪었다. 일반분양분 599가구 가운데 40%가 대거 계약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 공정률 80%에서 청약을 실시한 후분양 단지여서 입주시점인 올 연말까지 분양가 전액을 납부해야 하는 부담이 계약 포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GS건설이 국내 최고 아파트 브랜드라 자신했던 '자이'가 초라한 성적을 낸 것은 결국 '고분양가' 때문이란 지적이다. 실제 서교자이와 반포자이의 경우 3.3㎡당 최고 분양가는 각각 3515만원과 3360만원으로, 모두 역대 최고가의 상위에 랭크되는 수준이다.


서교자이의 경우 인근 마포구 시세(3.3㎡당 1400만~2300만원)보다 높으며 반포자이 역시 인근(3.3㎡당 2700여만원)에 비해 분양가격이 비싼 편이란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수요자들의 가격 눈높이를 반영하지 않은 점도 실패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분양 전부터 회사 측은 스스로 분양가가 높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개발 전망'을 거론하며 미래 투자 가치를 강조할 뿐 분양가를 낮추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이는 비슷한 시기 분양에 성공한 천안·아산 지역 단지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아산신도시 'Y-시티' 주상복합의 경우 주변 시세보다 20% 안팎 싼 3.3㎡당 870만원에 분양, 지방 입지와 마이너 브랜드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2순위에서 모든 주택형이 마감했다. 청수지구의 '우미 린'도 분양가를 지자체 승인가보다 100만원 낮게 책정, 예상을 뒤엎고 높은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리막을 타고 있는 최근의 주택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앞으로 신규시장 역시 브랜드보다는 '싸고 좋은 집'을 선택하는 실속형 수요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대형 브랜드라는 간판 만을 내세운 마케팅은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