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1조클럽]④롯데캐피탈 '성장본능의 이면'

이 기사는 06월19일(16:3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롯데캐피탈은 금융그룹화를 꿈꾸는 롯데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롯데가 세운 최초의 금융회사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그룹 내부의 기대도 크다.


최근 롯데캐피탈이 보여주고 있는 성장본능의 분출 배경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2006년 말 총자산은 1조2400억원 정도. 지난 3월말 2조2887억원과 비교하면 5분기 만에 85%나 성장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1년여 만에 비슷한 규모의 회사 하나를 더 얹은 격이다.

초고속 성장의 이면엔 CP가 있다

롯데캐피탈의 자산규모가 커질수록 신용시장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대출성 자산이 늘어나면 일반적으로 건전성에는 적신호가 켜지기 십상이다.


길기모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여전사의 자산성장이 20% 이상이면 건전성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고한다”며 " 롯데캐피탈의 자산확대 수준은 상당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출을 위한 재원으로 단기자금을 과도하게 사용했다면, 평가는 더욱 인색해진다. 유동성 위험이 가미돼 몸집이 커지면 커질수록 신용위험은 급상승하게 마련이다.

실제로 롯데캐피탈의 자산과 CP의 증가 곡선은 방향과 폭이 절묘할 정도로 비슷하다. <아래 그림 참조> 이는 자산확대를 위한 재원을 CP자금으로 조달했음을 의미한다.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5월29일 롯데캐피탈의 CP 잔액은 1조1380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주목할 점은 2004년부터 CP가 줄어든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CP증가 추세는 만기구조에 따라 증가와 감소를 거듭하는 톱니바퀴 형태를 띠는 것을 가장 이상적으로 친다. 그러나 롯데캐피탈의 경우, 2006년 이후 쉴새없이 높은 곳을 향해서 달려 왔다. CP 만기가 되면 새로운 CP를 발행해 갚고, 신규 대출재원도 CP로 조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CP 잔액이 8674억원(이달 13일 현재)까지 줄었지만 조달전략의 수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자니 최근 건설과 금융 부문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의미심장한 행보가 눈에 밟힌다. 향후 그룹의 대규모 자금조달 과정에서 롯데캐피탈 또한 일정 역할을 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길 연구위원은 “3월말 단기조달비중이 전체 차입금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취약한 구조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신용경색 위기가 외부에서 올 경우 받는 충격은 타 여신사보다 상당히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성, 성장지속성도 '의문'

롯데캐피탈은 사업다각화와 모그룹과의 시너지 영업으로 3년 내에 업계 5위 자리로 올라선다고 장담한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재무건전성과 사업성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확실하게 주도권을 쥔 분야가 없고, 틈새 시장(Niche Matket) 공략에도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혹평까지 들린다. 특히 최근 증가세에 있는 PF나 부동산담보대출의 경우, 건설 경기 악화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자기자본비율과 부채비율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조정자기자본비율은 2006년말 14.1%에서 지난해 11.9%를 거쳐 올 1분기 10.6%까지 떨어졌다. 부채 비율 역시 지난 3월말 현재 907%에 달한다.

그럼에도 롯데캐피탈은 적극적으로 반론을 펴고 있다. 자기자본비율 하락은 자산증가 과정에서 당연한 결과지만,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어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 부동산 부문에 대한 우려도 BBB+급 이상의 기업만을 지원하고 있어 부실화 가능성이 적다고 일축하고 있다.


고정욱 롯데캐피탈 경영전략본부 부부장은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시중은행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거래 건설사들도 대부분이 A급 이상”이라며 “사업성도 다각화된 영업라인을 갖고 있어 도리어 건전성이 높아 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신 건전성에 대한 롯데캐피탈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출자산이 지난해 초부터 급팽창했다는 것은 신규대출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또 자산이 단기급증하게 되면 부실여신이 줄지 않아도 여신건전성 비율은 좋아지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는 “자산의 질에 대해서는 기업과 시장의 시각이 다를 수 있지만 워낙 자산 증가폭이 커, 각종 재무지표만으로 건전성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