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의 범람]②건설 ㆍ여전사에 쏠리는 위험

이 기사는 06월11일(12:0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기업어음(CP) 발행에 다시 발동이 걸렸다. 지난해말과 올해초 은행권에서의 자금이탈(머니무브) 영향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 다시 급증세다.


CP 발행을 주도하는 곳은 미분양 사태로 자금부족설이 끊이지 않았던 건설업체들이다. 자산확대 경쟁에 여념이 없는 캐피탈 등 여신전문업체들도 겁없이 CP를 남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장의 우려가 이들에게 집중돼 있기는 하지만, 일반기업들의 CP잔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올해 인수합병(M&A)이 붐을 이루면서 재원을 CP로 조달하는 곳마저 눈에 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건설 ABCP 발행잔액은 12조5450억원으로 전고점인 지난해 11월 말의 11조644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같은기간 건설사들이 발행한 일반 CP도 1조8270억원에서 2조5470억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건설 ABCP는 통상 '건설 PF'로 불리는데 지난해 말 은행발 단기 자금시장 교란으로 발행이 둔화되면서 올 2월 20일에는 9조9000억원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신용스프레드가 축소되자 다시 고개를 들어 13조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양새다. PF 대출의 만기가 ABCP 형태로 차환된 영향도 이에 한 몫 한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건설 PF가 이같이 늘어나면서 ABCP 발행 잔액 역시 지난달 말 30조300억까지 치솟았다.

↑건설 CP 발행잔액 추이(단위: 조 원)

은행이 매입보장을 약정해 'A1' 등급을 받은 ABCP의 발행잔액이 전체 건설 PF의 증가 추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은 은행의 자금 여건 개선이 건설 CP발행 증가로 이어졌음을 방증한다.

신용보강으로 A1 등급을 받은 건설 PF는 지난해 11월 말 5조658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발행이 꺾여 올 2월 24일에는 4조9360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지난달 19일에 5조6960억원 수준으로 회복됐다.

은행대전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BBB-'급이 견인해온 건설 ABCP 발행의 바통을 'BBB0'와 'BBB+'를 비롯해 'A'급 건설사들이 넘겨받았다는 것이다.

'A3-' 등급의 건설 PF는 지난해 6월 1조8860억원까지 증가했다가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 4월 5890억원으로 줄었다가 5월 21일에는 9180억원까지 증가했지만 회복세가 다른 등급과 비교해 미약하다.

반면 A1~A3 등급은 공히 지난해 하반기의 정점 수준에 이르렀다.

길기모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미분양 증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력이 남아있는 건설사들은 주택시장의 침체를 해외와 복합개발사업 등을 통해 타개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행증가가 'BBB-' 윗선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더라도 산업에서 수익 변동성이 큰 편에 속하는 건설업이 금융시장에서 가장 변동성이 큰 CP에 기대는 것은 구조적으로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건설경기가 연착륙하지 못할 경우 부작용이 CP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전사, 자산확대 경쟁과 맞물린 CP의 지속적 증가

질주하는 것은 비단 건설 CP만이 아니다.

여전사들의 계속되는 자산확대 경쟁과 더불어 CP발행잔액도 늘어나고 있다.

올 1월 초 8조9000억원 수준까지 증가했던 캐피탈사들의 CP는 2월 말 8조원대 초반까지 하락하며 줄어드는 듯 했으나 이내 상승 반전했다. 지난달 20일에는 9조 5000억원까지 증가한 상황이다.

캐피탈사들은 자금조달 구조가 극단적으로 단기에 치우쳐져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자 해외사채와 회사채로 차입 다변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신정평가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를 제외한 11개 여전사의 총차입규모는 2004년 초 14조원에서 지난해 말 28조원으로 증가했다.

공모 회사채 발행액은 2006년중 분기 평균 9000억원에서 작년에는 매분기 1조5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회사채 발행에 못지않게 빠른 속도로 자산이 늘고 있기 때문에 단기 차입도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PF와 거액여신에 대한 우려로 기관들의 여전채 기피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스프레드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장기 조달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개 캐피탈사의 단기조달 비중은 2006년 4분기 33.8%에서 지난해 4분기 30.8%로 소폭 줄어드는데 그쳤다. 롯데캐피탈과 기은캐피탈은 비중이 5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와함께 산은과 기은, 롯데캐피탈의 경우 2006년 1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금융자산 순증분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차입금을 늘려와 시장 충격 발생시 유동성 위험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강욱 한신정평가 책임연구원은 "단기차입금은 유사시를 대비한 여유 조달수단으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자금시장 경색 등 유사시 여전사의 조달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