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물량 홍수' 맥못추는 강남

-강남 4구 2만9000가구 입주
-기존아파트도 약세
-투자매력 떨어져 실수요위주 재편


2000년대 들어 연 평균 9% 상승하며 블루칩 아파트로 불리던 강남권 아파트. 최근 이 지역 주택가격이 90년대 초반의 대세 하락기를 연상시킬 정도로 맥을 못추고 있다.


잠실과 반포 양 지역에서 대규모로 쏟아지는 입주 물량이 집값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1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강남 4구(서초 강남 송파 강동)에서는 약 2만90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는 작년 입주물량 1만3000가구에 비해 127%나 늘어난 물량이다.

잠실에서는 7월 주공2단지(5563가구) 8월 주공1단지(5678가구) 9월 잠실시영(6864가구) 등 18000가구가 입주한다. 반포에서는 11월 주공3단지 3410가구가 재건축돼 집들이를 한다. 강동에서는 9월 암사동 롯데캐슬 3226가구가 풀린다.

강남 4구의 재고 주택이 32만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11가구 너머 1가구꼴로 올해 새 집이 들어오는 셈이다.


이는 또 집값이 15.5% 하락하며 강남권 대세 하락기을 주도한 90년대 초반(91년5월~95년1월)의 강남 3구 아파트 증가분 3만4000가구에 견줄 수 있는 물량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6년 이전 10년간 강남 3구 아파트가 1만9000가구 순증하는 데 그쳤음을 감안할 때 앞으로의 공급 여력이 과거와 비교할 때 10배 이상 강하게 작동한다"면서 "이는 강남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격 하락을 주도하는 요인은 재건축 조합원의 입주권 매도세다. 재건축 사업승인 시점에 2주택자였던 집주인들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매물을 내놓고 있다. 입주권은 양도세를 36%만 내면 되지만 입주 후에는 2주택자로 간주돼 50%나 내야 하기 때문이다.

잠실을 대표하는 주택형인 109㎡은 올초까지 9억5000만~10억원을 유지했지만 최근 8억~9억원으로 떨어졌다. 반포 중대형인 142㎡ 이상 주택형은 16억~17억원선이던 것이 14억~15억원선으로 하락했다.

주변의 기존 아파트도 약세다. 강동 암사동 한강현대 109㎡의 매매가는 5억1000만~6억5000만원으로 1000만원 하락했다.

서초 잠원동 반포우성 125㎡의 매매가는 11억5000만~12억5000만원으로 2500만원 떨어졌다.

보유세 영향에다 입주물량 충격까지 겹치면서 강남 주택시장은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성덕 잠실 엘스부동산 대표는 "양도세 보유세 부담에다 마진폭이 줄어들면서 강남 주택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상실됐다"면서 "저가 급매물만 소진되고 중대형 주택은 인기가 없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 아파트가 과거처럼 연평균 가격 상승률인 9% 수준으로 상승한다 하더라도 1%의 보유세 부담에 양도세율 50%를 감안하면 2주택의 투자수익률은 3% 내외가 된다. 집값 상승률이 4% 내외로 안정되면 수익률은 1%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