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 줄소송 예고된 커밍아웃 '왜'?

옥션이 스스로 가시밭길로 걸어들어갔다. 지난 17일 해킹에 의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1081만명의 회원명단을 스스로 공개한 것이다. 홈페이지가 해킹돼 고객정보가 대량 유출됐다고 공지한 이후 두번째 '커밍아웃'이다.

해킹당하고도 '쉬쉬'하는 기업이 다반사인 상황에서 해킹 사실을 스스로 드러낸 옥션을 두고 "무모하다" "용감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옥션은 또다시 유출된 회원의 명단을 공개하는 용단을 내렸다.


이번에도 역시 반응은 엇갈린다. 그러나 옥션은 스스로의 결정에 당당하다. 박주만 옥션 사장은 굳이 가시밭길로 들어선 이유에 대해 "어려움이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속죄할 것은 속죄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겠다"면서 "무엇보다 고객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1800만명의 회원 가운데 60% 회원의 정보가 새나갔으니 옥션 입장에선 제2의 피해를 막기 위해 유출된 회원명단을 공개하지 않을 수 없을 터였다. 그러나 그 대가치고는 '출혈'이 너무 커 보인다. 이미 집단소송을 제기한 회원만 2000명이 넘은 마당에, 추가 집단소송이 잇따라 제기될 움직임이다.

포털마다 개설된 '옥션 소송모임' 사이트는 하루 방문자수가 수십만명에 이른다. 1인당 1만∼3만원씩 받고 집단소송을 대리하려는 법무법인도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1인당 1만원씩 받고 10만명을 대리해도 법무법인은 승소와 상관없이 10억원의 수임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유출된 개인정보는 이름과 전화번호, 주민번호, 이메일이다. 불행중 다행으로, 신용카드 정보나 비밀번호같은 아주 민감한 금융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개인정보가 유출된 회원 가운데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션은 개인정보를 악용한 보이스 피싱 피해우려가 있다고 판단, 정보를 공개한 것이다.

대다수의 네티즌은 "우리 가족의 개인정보가 모두 유출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 반면, 일부 네티즌은 "개인정보가 유출된만큼 소송대열에 합류할까 생각했지만 그들이 양심적인 행동에 생각을 다시하게 된다"면서 옥션의 결정에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임종인 고려대 교수는 "미국 등 해외는 해킹으로 고객정보가 유출되면 반드시 이용자들에게 피해사실을 고지하도록 의무화돼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해킹당한 사실을 밝히도록 의무화시키고, 이를 어기면 가중처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현재 옥션 사이트를 해킹한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중국 공안과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