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성장은 커녕 올해 5%도 안 되나"

"7→6→5···4?" 카운트다운 놀이가 아니다.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경제성장률 공약이 현실화되는 과정이다.

당초 '연 7% 성장' 공약을 내걸었던 새 정부다. 대선 직후 '올해 6% 성장'으로 한발 물러서더니, 정부 출범 후에는 "올해 6%도 어렵다"고 후퇴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주요 연구소들이 내놓은 현실은 "올해 5%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일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0%에서 4.7%로 내려잡았다. 반기별로는 상반기 4.9%, 하반기 4.4%를 예상했다. 갈수록 경기가 나빠진다는 얘기다.

올해 4%대 성장을 예상한 곳은 비단 삼성경제연구소 뿐이 아니다. 지난 1월말 씨티그룹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2%에서 4.6%로 낮췄다. UBS는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이 3%대에 그칠 것으로까지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4.7%, 금융연구원은 4.8%를 예상했고, LG경제연구소도 4.9%를 전망했다.

이들이 올해 5%도 안 되는 성장률을 내다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바깥 문제로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미국 경기둔화, 중국발 인플레이션 등이 있다.


내수 쪽에도 문제가 있다. 당장 주식시장이 한풀 꺾인데다 고용부진에 물가상승까지 겹치면서 소비가 짓눌릴 공산이 크다. 해외경기 부진 탓에 기업의 설비투자 활성화도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렵다. 성장률을 결정하는 가장 큰 2가지 요인인 소비와 투자의 상황이 이렇다.

성장률을 깎아먹는 또 다른 주범은 경상수지 적자다. 국제유가가 뜀박질하면서 수입액이 크게 늘었다. 때문에 새해 벽두 무역수지 적자가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1월 무역수지 적자는 33억8000만달러에 달했고, 2월에도 적자가 확실시된다. 3개월째 무역적자다.

지난해 77억달러 흑자였던 경상수지는 올해 59억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10년만에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삼성경제연구소의 관측이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는다. 지난달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6% 성장을 고집하는게 아니고, 달성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올해 6% 성장'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의 실무자들은 좀 더 현실적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올해 여건에서 5% 성장만 해도 잘 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 입장에서 더욱 답답한 것은 지금 제대로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물가가 불안한 탓이다.

성장률을 높이자고 금리인하를 유도하면 물가가 급등한다.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고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부추기는 경우도 수입물가가 뛴다. 재정을 풀어도 마찬가지다. 결국 감세와 규제개혁의 장기적 효과를 얼마나 단기적으로 끌어올 것이냐가 관건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정부는 중립적인 거시경제정책 기조 아래 경기상승 동력(모멘텀)을 유지하면서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며 "다만 경기의 하방위험이 커지면 경기확장적 재정정책 등을 통해 경기부양 모드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