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콜금리'서 'RP금리'로 변경

내년 3월부터 정책금리가 기존 콜금리에서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로 바뀐다.

또 은행들의 자금 과부족 현상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은행에 자유롭게 자금을 예치하거나 대출받을 수 있는 대기성여수신 제도도 도입된다.


한국은행은 3일 이같은 내용의 통화정책 운영체계 개편방안을 최종확정하고 관련규정의 제.개정과 한은과 금융기관간 전산시스템 정비 등의 준비과정을 거쳐 내년 3월중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편방안에 따르면 한은은 콜금리의 경우 금융회사간 초단기 거래에 자율적으로 맡겨 시장상황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하고 한은은 이를 감안해 RP금리를 결정토록 통화정책 방향을 수정했다.

단기유동성 조절을 위한 공개시장조작은 원칙적으로 매주 목요일 1회 실시하고 7일물 RP매매를 주된 수단으로 사용하겠다고 한은은 밝혔다.


한은은 그동안 운영해 왔던 콜금리 목표제가 자금 수급사정과 상관없이 목표수준에서 콜금리가 거의 고정되면서 콜금리의 시장신호 전달 및 자금배분 기능이 약화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은이 RP매매를 통해 단기자금의 수급불균형을 언제든지 해소해 주면서 자금관리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자율성 발휘 여지가 크게 제약되는 문제도 지적됐다.

장병화 정책기획국장은 “그동안 금융시장에 자금 과부족이 생기면 한은이 바로 해소해 줬으나 반대로 금융기관들이 자금관리를 능동적으로 할 소지는 없었다”며 “앞으로는 필요자금을 일주일마다 한은이 정리해 주고 일주일 기간동안에는 은행들이 능동적으로 운용토록 룰을 투명화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그동안 한은의 콜금리만 보고 쉽게 자금을 운용해 왔던 은행들은 앞으로 RP시장에서 금리경쟁을 벌여야 해 자금운용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은행권에서는 지급준비금을 맞추지 못하면 기준금리보다 1.0% 가산금리를 더 주고 한은에서 돈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단기 유동성 자금손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은은 대신 은행들이 금액이나 횟수에 상관없이 자금을 한은에 예치하거나 대출받을 수 있는 대기성 여수신제도(자금조정대출 및 자금조정예금)를 도입키로 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1.0%, 예금금리는 기준금리-1.0%가 적용된다.

한은은 다만 콜금리의 급변동을 방지하기 위해 지준마감일에는 가산금리를 0.5%로 축소해 운용키로 했다.

또 자금조정대출 제도와 기능이 다른 총액한도대출제도와 일중당좌대출제도는 계속 유지키로 하되 일시부족자금대출 및 유동성조절대출제도는 폐지키로 했다. 대기 성 여수신제도로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내년 2월까지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진 뒤 관련 규정을 고치고 전산시스템을 수정해 내년 3월 7일부터 새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장 국장은 “대기성 여수신제도는 결제불능에 빠진 은행이 있을 수 있고 개별은행별로 결제목적에 따라 대기성 여신을 쓰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시장 개방이나 외부의 충격이 가해질 경우 시장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