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진출 건설사, 자금조달 국내로 유턴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이 현지에서 신규 자금조달이 어려워짐에 따라 국내에서 자금 조달을 추진할 움직임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의 여파로 카자흐스탄 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중단한데 이어 기존 대출 자금도 회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지 금리가 12%대에서 최고 19%대로 급등, 금융비용 부담이 사업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도 주요 요인이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동일하이빌은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지역에서 진행 중인 '하이빌 아스타나'(2700가구) 사업을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2억 달러를 국내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지 은행인 BTA와 약정한 대출 한도 7000만 달러 중에서 5250만 달러를 사용중인 동일하이빌은 신규 대출이 막힌데다 기존 대출금 회수 움직임에 대비해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동일하이빌은 일단 BTA측과 대출 한도 확대를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BTA측 부행장급 임원을 단장으로 한 실사단을 국내로 초청해 현재 사업 현황과 주요 사업장에 대한 견학을 실시할 계획이다. 현지 은행단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동일측의 국내시장 지명도를 확인시킴으로써 신용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동일하이빌 관계자는 "아스타나에서 진행 중인 '하이빌 아스타나'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까지 사업 현장을 두 차례나 방문하는 등 현지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금융 불안이 카자흐스탄으로 확산되면서 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며 "BTA측의 신규 대출 확대가 성사되지 않으면 국내에서 2억 달러 이상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일하이빌은 6단계에 걸쳐 아파트 2700가구를 짓고 있다. 이를 위해 현지 은행인 BTA외에 서울증권과 신한은행에서 각각 2000만 달러와 660만 달러를 대출받았다.

2011년까지 아파트 3000가구를 지을 예정인 우림건설은 다소 여유가 있다. 지난 9일 모델하우스를 오픈한 이후 20%가 이미 분양돼 50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특히 우림은 다른 기업과 달리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고 국내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2000억원을 조달했다.

이 PF에는 우리은행(800억원), 동부증권(500억원), 금호생명(200억원), 농협(300억원), 한국투자증권(100억원), 현대증권(100억원) 등이 참여했다.

우림건설은 카자흐스탄 금융시장 위기가 곧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난립한 현지 금융권의 구조조정까지 진행된다면 이후 부동산시장이 빠르게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우림건설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사가 진행되면서 단계적으로 분양해 프리미엄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원건설도 카자흐스탄의 금융 위기가 단기간 내 해소될 것으로 보고 내년 상반기로 잡힌 분양 일정을 그대로 밀어붙이기로 했다. 성원건설은 아파트 200가구를 짓기 위해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성원건설 역시 카자흐스탄 현지에서의 자금조달을 포기했다. 조달금리가 급등한데다 사실상 신규 대출이 어려워졌기 때문. 대신 PF방식으로 기업은행에서 200억원의 대출 약정을 체결하고 이중 120억원을 인출해 아파트 부지를 확보한 상태다.

성원건설 관계자는 "카자흐스탄의 금융위기는 국가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면서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이 안정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주택사업보다는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건설사들은 카자흐스탄의 금융 불안이 쉽게 해소될 것으로 보고 사업을 지속하고 있지만 시장전문가들은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로 인해 카자흐스탄 현지 부동산 가격이 20~30%씩 하락한데다 부동산 매매와 분양시장까지 위축됐기 때문이다. 특히 15개 시중 은행중 13개 은행이 모기지론 대출을 중단했고, 금리 상승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카자흐스탄 건설업체 2위인 쿠아트(KUAT)가 그랜드 아스타나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아파트 분양률이 낮아 최근 부도를 내고 공사를 중단했다. 카자흐스탄을 낙관하기에는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