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車 유동성 '고비' 넘었다

기아자동차가 자금조달 '9부능선'을 넘었다.

지난 6월, 5억 달러 규모의 해외기채에 실패해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졌지만 조달처를 국내로 전환해 위기를 모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아차 (114,900원 ▲2,200 +1.95%) 재무담당 고위관계자는 17일 "올해 목표로 했던 5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국내에서 모두 조달하는데 성공했다"며 "연말까지 자금조달과 관련한 경영상의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기아차가 연말까지 필요했던 운영자금은 약 5000억원. 6월 중 시도한 해외기채 규모와 일치한다. 기아차는 해외기채가 실패하자 기업어음(CP) 발행을 늘려 단기 운영자금을 충당했다. 8월 한 때 기아차가 발행한 CP의 총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CP의 경우 만기가 대부분 한 달에서 일 년 이내이기 때문에 경영 안전을 위해 장기채 마련이 시급했다.


기아차는 9월 중 만기도래한 2억 달러 규모의 외화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지난 8월23일, 20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원화채권을 발행했다. 기아차 재무관계자는 "당시 채권발행과 동시에 1000억원 규모의 은행차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8월말까지 총 3000억원을 조달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9월 초부터 나머지 필요자금 2000억원을 은행권에서 추가차입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기아차의 신용도를 높게 평가해 조달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산업은행에서 500억원, 국내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에서 1500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차입금이 장기채로 재편되면서 단기채인 CP의 발행잔액은 줄었다. 최고 1조600억원(8월13일)까지 치솟았던 CP 잔액은 9월 첫째주를 기준으로 7000억원대로 다시 낮아졌다.

'급한불'은 껐지만 차입금의 구성비율로 인한 위험성은 아직 남아있다. 외화 매출이 70%에 달하지만 차입금은 원화가 70%를 차지하고 있던 상태에서 원화차입이 더 늘어났다.

외화 매출이 70%가 넘는 이상 환율이 급락할 경우를 대비해 외화 빚을 그만큼의 비율로 가져가는게 경영안정성에 필수적이다. 서브프라임 사태 등으로 인해 국제 금융시장이 얼어붙어 있지만 환율 레버리지를 맞추기 위해서는 외화채권을 발행하는게 급선무다.

사업계획상 해외 공장시설 투자를 위해 올해 1600억원을, 내년과 2009년에 각각 1800억원을 추가 집행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 2분기까지 기아차의 총차입금은 약 3조5000억원. 여기에 이번 국내 자금조달 규모를 더하면 차입 규모는 4조원대로 늘어난다.

기아차 관계자는 "상반기 중에는 해외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위기에 노조 파업까지 겹쳐 자금조달에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며 "시장의 우려는 노사합의로 시작된 화성공장 정상화와 해외시장 판매개선 등 제조 본업의 성공을 통해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아차의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8월 내수 2만3006대, 수출 7만2950대 등 총 9만5956대를 기록해 지난해에 비해 각각 51.3%, 82.4% 늘었다. 특히 8월 중 유럽 신차평가 프로그램에서 한국차 최초로 별 다섯개 만점을 받은 소형차 '씨드(C'eed)'는 올해만 8만대가 팔려 당초 내년까지 15만대이던 목표가 20만대로 확대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