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한 통으로 시작된 희망대장정

↑희망대장정팀(왼쪽부터 주세운,김이경, 윤여정)이 11일 출국 직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경숙 기자

지난 2월 15일, 머니투데이 쿨머니팀에 한 통의 이메일이 날아왔다.

"안녕하세요, 기자님. 쿨머니 시리즈를 즐겨읽던 독자입니다. 전 친구 2명과 조금 색다른 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빈곤을 테마로 한 여행입니다."


그는 "빈곤과 빈곤에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저희 스스로 배우고, 느끼고, 또 가능하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다"고 썼다.

이메일을 보낸 이는 주세운(22)씨. 서울대 지구환경공학과 4학년 학생인 그는 지난 겨울, 한 대학생 포럼에서 같은 학년의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김이경(23)씨, 아주대 경영학과 윤여정(22)씨를 만났다. 파키스탄 아동노동과 아시아 빈곤 문제를 토론하는 포럼이었다.

여기서 이들은 '과연 빈곤이란 무엇일까'라는 의문에 부닥쳤다. '통계에 나오는 1달러 미만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안전한 식수를 마실 수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빈곤 없는 세상은 가능한 것일까.'


이들은 '희망대장정'팀을 구성했다. 통계수치가 아닌 현실로 저개발국의 빈곤을 경험하고 자신들의 경험을 더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과 나누는 것이 목표였다. 문제는 비용과 매체. 수차례의 이메일 교환과 만남 끝에 머니투데이는 ‘희망대장정’의 꿈을 후원하기로 했다.

머니투데이 기자들은 8차례에 거쳐 희망대장정 팀원들에게 취재, 기사 작성 노하우를 전달했다. 인천공항 검역소 민원실에서 자문을 받아 장티푸스, A형ㆍB형 간염, 파상풍 예방접종을 맞고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하도록 했다. 4개월 체류보험도 가입시켰다.

↑한국공정무역연합 사무실에서 새벽까지 자료를 조사하고 계획을 세우고 있는 희망 대장정팀. ⓒ희망대장정

준비 중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피랍 사건이 터졌다. 안전책 마련이 시급했다. 우선, 희망대장정팀의 ‘희망루트’에서 파키스탄 등 안전이 우려되는 지역은 제외됐다.

비상연락 및 현황파악은 굿네이버스 현지사무소, LG전자 인도법인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희망대장정팀은 굿네이버스, LG와는 ‘렛츠고’ 봉사단으로 선발된 인연이 있었다.

9월 11일. 7개월의 준비 끝에 드디어 희망대장정팀이 가난 속의 희망을 찾아 80일간의 긴 여행을 떠났다. 이들의 방문하는 방글라데시, 네팔, 캄보디아, 인도는 1인당 국민소득(GDP)이 250~550달러로, 세계 최빈곤국으로 꼽힌다.

준비는 끝났지만 빈곤 퇴치에 헌신하겠다는 이들의 긴 여정은 이제 막 시작했다. 세 사람은 모두 "이 여행을 통해 앞으로 남은 인생의 방향을 잡으려고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우리는 빈곤 퇴치를 위해 일하는 창의적인 벤처기업가들, 아름다운 철학을 가진 공동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들을 직접 만나 빈곤을 없애기 위해 중요한 것이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인지, 공동체의 자주와 나눔의 철학인지, 아니면 그것을 넘어선 무엇인지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이들의 구호는 "세,발,두,한,벽,부". "세상에 발을 두고 한계의 벽을 부숴라"라는 뜻이다.

↑'세발두한벽부'도. "세상에 발을 두고 한계의 벽을 부숴라"라는 뜻이다. ⓒ희망대장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