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한미FTA 추정 피해액 연간 4900억"

'연간 500억~1000억원(정부) 대 연간 1조원(민간단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체결에 따른 제약업계의 피해 추정액이 정부와 민간단체가 엇갈리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제약협회는 제약업계가 한미FTA타결로 연간 최대 4900억원 정도의 매출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약협회는 29일 “한미FTA 타결로 인해 관세철폐, 특허연장 등의 영향으로 제약업계가 1400억~4900억원 정도의 매출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약업의 몰락을 막기 위해 국내 제약사에 대한 금융과 세제지원 등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차원 지원 절실= 문경태 제약협회 부회장은 “정확한 협정문이 공개되지 않아 피해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이번 한미FTA로 제약업계가 심각한 경영위기에 놓일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문 부회장은 “국내 제약사 연매출이 7조원 정도에 불과해 적잖은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제네릭약품 비중이 높은 중소형제약사의 경우 특허권 강화에 따른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 제약협회의 주장이다. 제약산업육성법을 제정해 체계적인 지원을 해달라는 것. 구체적으로는 매년 500억원씩 10년간 총 5000억원의 제약산업발전기금을 조성해 국내 제약업체의 연구개발(R&D) 역량을 키우는데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제약협회는 또 국내 제약사가 다국적 제약사와 신약개발 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제약기업의 연구개발비 투자규모가 50조원, 미국 정부 연구비기 30조원 등 총 80조원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의약품 연구개발 투자규모는 모두 5000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업계 현실 감안한 정책 결정 필요=한편, 비용대비 효과가 있는 약만 보험리스트에 올린다는 ‘포지티브 리스트’를 골자로 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도 잠시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사공진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주제 발표를 통해 “포지티브 리스트 적용이 환자 약제비 인하로 연결된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오히려, 의사들의 고가약 처방을 부추겨 약제비 부담을 높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지티브 리스트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제약회사들의 인프라가 구축될 때까지 연기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최소 3년 이상 유예기간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소형제약사들의 경우, 한미FTA와 포지티브리스트 적용등은 제약업계의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결정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행명 명인제약 대표이사는 “중소형 제약사들은 저렴한 제네릭(복제약) 제품을 생산해 약제비를 낮추는 역할을 해 왔다”며 “제네릭을 많이 생산하는 제약사들이 몰락할 경우 고가의 오리지널약품을 사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약업이 선진화돼야 한다는 것은 동감한다”면서도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업계의 현실을 잘 파악하고 이에 맞춰 정책을 결정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덧붙였다.

↑ 한미 의약품 1위기업 비교. 규모와 투자면에서 경쟁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정도다. 자료:제약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