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가 1%에 물건 산 프로그래머 '덜미'

'인터넷 쇼핑몰에서 1만원으로 100만원 어치의 물건을 살 수 있다?'

인터넷쇼핑몰의 취약점을 악용해 대기업 인터넷 쇼핑몰과 결제사이트에서 정상가의 1%만으로 물품을 산 뒤 이를 되파는 수법으로 수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프로그래머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구매가의 1%만으로 주문정보와 결제정보가 일치하도록 조작하는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해 작년 7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약 18개월간 81개 쇼핑몰 사이트에서 물품을 주문한 뒤 이를 되파는 방법으로 12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프로그래머 이모(35)씨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사건경위=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8년간 프로그래머 경력의 프리랜서 IT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지난해 5월 우연히 알게 된 인터넷 쇼핑몰 결제시스템의 취약점을 이용해 물품금액을 조작해 결제할 수 있는 해킹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이전 소속회사에서 업무적으로 관리해온 2만2000여명의 개인정보 중 일부도 도용했다.


이씨는 훔친 개인정보로 대형 쇼핑몰 사이트에서 회원으로 가입한 뒤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구매가의 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주문정보와 결제정보를 조작, 쇼핑몰 사이트와 결제사이트에 각각 전송했다. 정상처리된 것은 물론이다.

이같은 수법으로 물건을 배송받아 개인용도로 쓰거나 다른 쇼핑몰에 되팔아 현금화하는 등 총 111회에 걸쳐 12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범행 은폐를 위해 생활용품 등 비교적 중저가 상품을 여러 사이트에서 분산 구입하는 치밀함으로 보였다.

인터넷쇼핑몰 결제 '구멍'= 국내 대부분의 쇼핑몰 사이트가 이같은 주문,결제정보 변조 해킹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경찰측은 보고 있다. 특히, 전자결제시스템을 지나치게 맹신한 결과, 1년 6개월여 동안 수백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반복된 결제사기 사고를 제 때 인지하지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물품가격과 결제금액 비교 검증기능을 강화하고, 가격정보를 암호화해야한다"며 "이와 함께 부정결제 시도를 조기 탐지할 수 있는 모니터링을 강화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피해액수가 비록 적었으나, 이번에 사용된 해킹수법이나 프로그램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됐더라면 쇼핑몰 대란 등 대규모 전자상거래 사기피해로 확대될만큼 심각한 사안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금융감독원, 금융결제원, 전자거래진흥원, 결제대행사협의회, 온라인쇼핑몰협회 등 관련기관과 회의를 개최해 전자상거래 결제시스템 취약점과 범행수법을 설명하고 추가피해방지를 당부했다.